청계산 첫번째 - 단풍나무길, 낙엽송길
청계산은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 의왕시, 성남의 경계를 이루는 산입니다.
주봉인 망경대( 618 m, 출입통제)를 비롯하여 옥녀봉, 청계봉(582 m), 이수봉(二壽峰) 등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수봉은 무오사화에 연루된 정여창이 이곳에 숨어 위기를 두번이나 모면하였다고 지어진 이름입니다.
남북방향으로 뻗어 있는 능선은 비탈면이 비교적 완만하며 산세가 수려한데다 서쪽 기슭에 서울대공원을 안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하이킹 코스로 찾고 있는 산입니다.
정상인 망경대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북쪽의 청계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남서쪽 중턱에는 신라 때에 창건된 청계사가 있습니다.
등산로가 완만하고 산세가 수려해 산책과 사색의 코스로는 추천할 만한 최고의 코스입니다.
서울대공원 지하철역에서 내려 대공원 청소년 캠프장을 통과해 오르는,
이번 다녀온 주등산로는 대공원 (청소년야영장) - 혈읍재 - 매봉 - 원터골 쉼터 - 옥녀봉 - 대공원 주차장 (호수)입니다.
청소년야영장을 지나 매봉으로 오르는 길 주변의 풍광입니다.
오르는 길가, 팥배나무로 보이는 이 나무에는 제법 커다란 딱따구리의 둥지가 세개나 있습니다.
크기로 보아 적어도 청딱따구리 이상 대형딱따구리종의 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딱따구리가 둥지를 파기에 팥배나무가 그리 무른 나무가 아닌데,
동열로 보이는 상처난 부분이 있어 둥지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군데군데 단풍나무, 오리나무, 생강나무등이 있기는 하지만 주종은 역시 참나무입니다.
산이 온통 참나무의 낙엽으로 덮여있습니다.
이 두터운 이불 아래 작고 아름다운 생명들이 겨울을 나겠지요.
그리고 어린 나무들도 새 싹을 키우고 있을 것입니다.

살짝 낙엽을 둘추니 이제 막 뿌리를 내린 참나무가 보입니다.
도토리로 봐서는 이 나무는 신갈나무나 갈참나무가 될 것 같습니다.
작은 씨안에 잎의 모양, 나무의 크기, 도토리의 생김새가 모두 만들어져 들어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합니다.
'잘 자라거라..' 낙엽을 덮고 토닥여 주었습니다.
혈읍재를 지나면 매봉 아래 능선 양지쪽으로 막걸리 파는 곳이 나옵니다.
옛날로 치자면 한참을 오르다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고 가는 주막거리입니다.
이곳에 박새랑 곤줄박이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오며 가며 땅콩이나 과자 부스러기를 주는데 이런 것들을 찾아오는 녀석들이지요.
손위에 땅콩이나 과자부스러기를 올려 놓고 있으면 곤줄박이가 찾아와 물고 갑니다.
박새는 사람의 손에 앉지를 않는데 같은 박새과의 곤줄박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손에 앉았을 때의 고 앙증스런 작은 발톱의 감촉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합니다.
세상을 다 쥘 수 있을 듯 만만한 새의 마음이 보이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혈읍재는 조선 영남유림 정여창이 성리학적 이상국가의 실현이 좌초되자 통분해
은거지 금정수터를 오가며 피울음을 울었다는 고개입니다.
새가 좋아하는 팥배나무열매도 나무에 가득합니다.
매봉으로 오르지 않고 원터골 쉼터로 가는 길에는 단풍나무길과 낙엽송길이 나옵니다.
때를 한참 지났는데도 단풍나무가 숲의 색을 아름답게 만드니 한창때는 정말 볼 만 했겠습니다.
단풍나무길의 중간쯤에는 물푸레나무 군락지도 있습니다.
평일인지라 산길에는 좀체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갓 잠에 들어 아름다운 꿈을 꾸려 하는 아름다운 숲을 느끼기에 좋았습니다.
원터골, 원터골 쉼터, 청계골, 매봉으로 갈라지는 길마재 사거리입니다.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의 옛 이름이 길마재인데 이곳에도 길마재가 있습니다.
이곳도 산의 모양이 완만하게 길마(말 안장)처럼 생긴 모양입니다.
이 사거리에서 원터골 쉼터 쪽으로 내려가면 낙엽송길이 나옵니다.
황금색 낙엽송잎이 덮인 숲길을 걸으며 나는 황금카펫위의 왕비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자연속에서 때때로 왜 이렇게 행복해지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소나무는 어찌됐던지 간에 빛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아래쪽의 잎과 가지를 모두 떨구고 낙엽송의 키만큼 삐쭉 머리만 키운 그 모습이 그래서 우스꽝스럽지 않고 대견합니다.
낙엽송길이 끝나면 매봉, 옥녀봉, 원터골입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다시 옥녀봉으로 오르면 고요한 숲, 사색의 숲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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